패션은 욕망이며, 가치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으며, 또 유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생각대로 쉽게 되는 것인가. 소비자는 또 얼마나 똑똑해졌는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소비자의 이익을 생각하고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가차 없이 도태되어 사라지는 ‘경쟁의 시대’ 이다.
최근, 이랜드 첫 신발 SPA 브랜드 ‘슈펜’ 이 NC백화점 송파점에 오픈하여 첫 날 1억3000만원이라는 매출을 올리며 순항을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국내 브랜드들이 SPA 시장에 뛰어들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점에 비춰보면, 2년이라는 준비기간을 거쳐 오픈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실로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랜드 성공신화가 보여준 결과를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만 보기에는, 그동안 이랜드가 보여준 성공신화의 역사가 너무 길다.
우리는 이랜드 성공신화의 키워드를 ‘유통 혁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 성공적으로 런칭한 ‘슈펜’ 의 판매 전략은 ‘진열 슈즈를 셀프 쇼핑하는 슈즈 라이브러리’ 이다.
디자이너 출신의 MD들이 전 세계를 다니며 상품을 직접 소싱하여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앴으며, 매장 직원의 설명과 도움이 없이도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온가족이 함께 종류와 사이즈를 직접 골라 쇼핑하도록 했다.
당연히 제품의 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유통 구조이며, 최근의 실용 중심적인 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하여 소비자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SPA를 이야기 하자면 ‘유니클로’ 를 빼 놓을 수 없다.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 박사는 유니클로를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시장을 개척한 가치 혁신(Value innovation) 기업’ 이라고 평가하며, 가치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아내 브라 탑이나 히트 택(보온성 신소재로 만든 내복) 처럼 끊임없이 히트 상품을 개발해 내는 유니클로는, 우리에게 가치 혁신이 무엇인지 더욱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이다.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품질, 적절한 운영 마진, 저렴한 가격, 탄탄한 제품 기획력, 체계적인 마케팅 중 무엇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겠지만, 그 근본은 고객의 니즈에 맞추고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기업 정신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유니클로와 이랜드, 두 기업이 가지는 공통점은 가격 대비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여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겠다는 가장 건전하고 단순한 기업 철학에 있다.
저가 제품을 저렴하게 팔거나 고급 제품을 비싸게 파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을 뒤집으면 매출도 뒤집힌다. 스스로가 고객의 한명이 되어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상품이 무엇인지, 제품에 어떠한 가치를 새롭게 부여할 것인지 궁리하는 것에서부터 브랜드의 혁신은 시작된다.
며칠 전 TV에 나온 식당의 한 벽면을 채우고 있었던 표어가 떠오른다.
‘고객이 짜다면 짜다.’ 아마도 식당 사장님이 붙여 놓은 듯하다.
우리는 정말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만큼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가.
‘고객이 짜다면 짜다’라고 진심으로 공감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는가.
그들의 입장에서 서비스와 제품 가치를 공급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진정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이다.
/장창식 제이씨크리에이티브 대표 겸 대진대 외래교수
출처: 어패럴뉴스 2013.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