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들의 재고자산회전율이 계속 저조해 기업경영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패션상장기업 17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작년 평균 재고자산회전율은 3.8회전을 기록해 2010년 5회전, 2011년 3.6회전에 이어 저조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한섬(2.8) 인디에프(2.2) 코데즈컴바인(2.8) 아비스타(2.2) 우성I&C(2.9) 원풍물산(2.7)은 3회전에도 미달한 것으로 나타나 재고자산의 효율적인 운영이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상장기업 중 인디에프(대표 장시열)와 아비스타(대표 김동근)의 재고자산회전율은 2.2회전에 불과해 가장 저조했다. 한국 패션시장에 충격파를 던져준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FRL코리아(대표 홍성호)의 4.7회전에 비하면 재고자산을 당좌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자라」를 전개하는 자라리테일코리아(대표 이봉진)의 16.6회전과 비교하면 무려 7.5배나 더 걸린다는 뜻이다. 특히 「자라」는 지난 2011년에는 20.6회전을 기록하는 등 가공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거의 3주에 한 번꼴로 매장에 진열돼 있는 모든 상품들이 팔려 나간다는 계산이다. 매장에 투입된 재고가 평균 4개월 정도 머물러 있는 국내 패션기업들의 현실과 비교하면 효율성 측면에서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마치 대학생과 유치원생 수준의 실력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나 할까?
패션 상장사 평균 재고자산회전율 3.8
국내 패션 상장기업 중 재고자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지엔코(대표 김석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작년 5.5회전을 기록해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2011년의 5회전보다도 향상됐다. 패션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지엔코의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 회사는 탄탄한 기업경영을 토대로 이번 F/W시즌 고가 여성복 「라우드무트」를 런칭한다. 캐주얼과 남성복에 이어 여성복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 회사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엔코에 이어 올해 초 코스닥에 상장한 제로투세븐(대표 김정민)의 재고자산회전율이 5.3회전을 기록해 효율경영의 강자로 등극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에는 5회전을 기록했다. 탄탄한 기업경영이 뒷받침된 결과일까? 이 회사의 주당 가격은 시가인 1만3050원을 뛰어넘어 5월 20일 현재 1만45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회사가 보유한 토들러복 「알퐁소」 「알로앤루」 「포래즈」에 이어 이번 F/W시즌 아동 겨냥 아웃도어 「포래즈」를 추가함에 따라 기업 경영의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엔코와 제로투세븐에 이어 신세계인터내셔날(4.8) 휠라코리아(4.4) 쌍방울(4.4) LG패션(4.3) 대현(4.2) 등이 4회전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고자산회전율이 4회전 넘는 기업 가운데 쌍방울(대표 최제성)만이 2011년 4회전에서 작년 4.4회전으로 좋아졌을 뿐 다른 패션기업들은 작년 한 해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서 매출이 부진했고 대부분 재고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엔코 제로투세븐 SI 휠라 등 ‘좋은 편’
작년 한 해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대외적으로 여러 말들이 오갔지만 LG패션(대표 구본걸)은 생산량 조절이 적중해 2011년의 3회전이 작년에는 4.3회전으로 개선됐다. 생산량을 너무 줄여서 막상 팔 물건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으나 경영지표상 누적 재고자산을 900억원 넘게 절감하는 효과를 낳았다.
부작용도 많았으나 생산량을 곧바로 줄여서 비용과 재고부담을 줄여 나간 것은 잘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무엇보다 지난 2011년 4분기부터 급격하게 추락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대대적인 세일 약발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둔화됐다는 의미는 그만큼 국내 패션시장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매출액 대비 재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27.9%에서 작년 26.5%로 소폭 감소했지만 패션기업들은 적정수준의 재고를 유지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한다. 과거에는 재고가 중요 자산으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현실에서 재고는 계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출처:Fashionbiz,Monday, June 10,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