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여성복 업체들이 잇따라 편집숍을 표방한 브랜드를 런칭하는 가운데 장기적인 브랜딩을 위해 시장 세분화와 타겟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스트리트, 온라인 브랜드 중 일부가 급부상하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많지만, 실제 성공을 거둔 확률은 아주 적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권 업체들이 런칭한 편집숍은 아이올리의 ‘랩’과 현우인터내셔날의 ‘북마크’를 비롯해 미도컴퍼니의 ‘반에이크’, 렙쇼메이의 ‘르피타’, 패션랜드의 ‘클리지’ 등이다. 여기에 에프지팩토리의 ‘이도’, 햄펠의 ‘밀스튜디오’ 등 기존 브랜드를 편집 브랜드로 전환한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바잉을 통해 컨셉의 차별화를 노리고 있지만 대부분은 동대문 바잉 제품을 위주로 하고 있다. 이향남 롯데 여성영캐주얼 매입팀장은 “여성 영캐주얼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매우 작다. 다만 SPA와 제도권 여성복 등이 경쟁중인 시장의 재편을 앞당기는 영향은 있을 것이고, 각자가 속한 영역에서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집 브랜드를 표방한 제도권 브랜드들 중 상당수가 동대문에서 노하우를 키워 온 스트리트, 온라인 브랜드를 무턱대고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때문에 제도권이 런칭한 편집 브랜드 대부분이 명확한 컨셉이나 타겟 없이 트렌디하고 싼 저가 중심에 천착해 있는데, 그러한 전략으로는 장기적인 브랜딩이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는 “패션 사업을 전문으로 해 온 기업들이 동대문 기반의 스트리트, 온라인 브랜드를 답습해서 경쟁력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브랜드다운 편집숍과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편집숍 역시 향후 세분화 과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는 일부 고가 프레스티지 편집숍과 저가 트렌디 편집숍으로 양분되어 있으나 컨셉과 타겟, 가격대 등에서 세분화, 전문화되는 과정으로 진전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 대표는 “뉴욕의 ‘제프리’라는 유명 편집숍은 디렉터인 주인의 이름이 숍 네임이다. 곳은 뉴요커의 시크하고 모던한 컨셉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라벨의 제품이 걸려 있지만 통일된 컨셉의 균형 잡힌 스타일링, 때로는 파격적인 제안을 통해 일반 브랜드보다 큰 재미를 준다”고 설명했다.
명확한 타겟과 숍 아이덴티티의 설정 없이 저가 유행 중심의 편집숍이 지속적으로 양산될 경우 머지않아 거품이 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스트리트 편집숍의 한 운영자는 “온라인이나 스트리트 브랜드가 특별한 것은 옷이 아니라 운영 기법에 있다. 그런데 제도권 업체들은 운영 기법이 아닌 옷만 흉내 내는 차원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어패럴뉴스 2013.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