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들의 옷값이 대책 없이 무너지고 있다. 올 여름 캐주얼 시장에는 1만원도 안 되는 상품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익률은 포기한 채 가격이 무리하게 낮게 책정돼 문제가 심각하다.
캐주얼들의 여름 히트 상품인 피케 티셔츠는 1만원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에서는 9,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기본 라운드 티셔츠나 브이넥 티셔츠도 지난해 1만원 수준에서 올해는 7~8천원대로 내려갔다. 여성들을 위한 민소매 티셔츠는 5천원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브랜드들은 매출이 오르기는커녕 객단가만 감소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 A브랜드 상품기획 팀장은 “이번 시즌 객단가가 전년에 비해 3천원 가까이 내려갔다. 수요는 비슷한 수준에서 객단가만 낮아지면서 매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월상품이다. 최근 몇 시즌 생산대비 판매가 예상보다 낮게 이뤄지면서 브랜드들이 재고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시즌 상품이 70~80% 할인된 가격에 나오면서 시장의 가격질서가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화점 행사매대는 물론 온라인 몰에서 초저가의 이월상품들이 범람하고 있다. 기본 반팔 티셔츠는 5천원 수준이며, 원피스는 7천원, 피케티셔츠도 9천원선이다. 프린트가 된 티셔츠와 기능성을 겸비한 셔츠들도 1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들의 이월상품을 온라인에 판매대행하고 있는 한 업체 대표는 “400장을 팔았는데도 매출은 200만원 수준이다. 장당 5천원 꼴이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된다. 수수료,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며 한탄했다.
이처럼 캐주얼 업계의 심각한 저가격화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매출로 평가되는 업계의 생존법칙에 따라 치열한 가격경쟁이 반복되면서 빚어진 결과이며, 중저가 글로벌 SPA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업계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팔려도 매출과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은 상품들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캐주얼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이상 저가에서 답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과 같지 않은 조건에서 가격으로 승부하려는 것은 무모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결국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캐주얼들이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생존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전략수립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어패럴뉴스 13.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