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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SPA 활성화에 대한 업계 반응
정부가 최근 ‘SPA 활성화’ 정책을 들고 나왔다. 지난 11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다. 이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SPA는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가격거품을 제거하는데 기여하므로 한국형 SPA 활성화를 위한 시장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제조ㆍ유통 일괄 판매형) 브랜드를 활성화해 물가를 잡고, 패션산업 경쟁력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지경부는 이를 위한 사업 계획안도 발표했다. ‘생산유통 관리 시스템 혁신’, ‘패션유통 전문 인력 양성’, ‘IT기반 미래형 SPA 비즈니스 시스템 개발 및 확산’, ‘한류, 패션, 마케팅 융합 해외시장 진출’ 등 4가지를 골자로 해 정부 유관기관과 단체, 학계와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예산도 배정됐다. 우선 10억원을 들여 기획ㆍ생산ㆍ물류ㆍ판매 등 공급 체인(Supply Chain)을 관리하는 ‘표준형 시스템’을 개발하고, 3차원(3D)으로 인체치수를 측정해 온라인 맞춤 및 주문을 할 수 있는 ‘온라인 맞춤형 패션 의류 유통서비스’ 구축에도 20억원의 예산을 쓰기로 했다.
이 밖에 대학 과정에 매장과 유통 관리 부문을 추가 및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유관기관을 통한 기존 인력 재교육과 국제 패션유통 비즈니스 전문가 양성, 패션 콘서트 등 한류와 연계한 해외 시장 진출도 도모키로 했다.
정부안에 대한 패션 업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랭하다. 정부가 개발, 보급한다는 표준형 시스템(SCM)은 이미 수년 전부터 많은 업체들이 적용하고 있고, 온라인 맞춤형 패션 의류 유통서비스 역시도 몇몇 IT 기업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크다. 이번 방안은 지경부가 지난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리딩 브랜드 프로젝트’나 서울시, 문광부의 글로벌 패션 육성사업과 상당 부분 겹치기도 한다.
여성복 다 브랜드를 전개 중인 한 중견사 간부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 게다가 현재 국내 브랜드 거의 전부는 제조, 유통, 판매를 직접 관리하는 사실상의 SPA다. 지금만큼 SPA 열풍인 적도 없다. 3차원 바디 스캔이나 온라인 주문으로 SPA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패션산업의 특성과 시장에 대한 몰이해가 낳은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형 유통사들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카드 수수료 등이 고비용 유통구조를 낳고, 이것이 소비자가격으로 반영되는 악순환을, 백화점을 단일 유통으로 하는 제조업체가 SPA로 타개할 수 있겠느냐”며 “위탁판매 방식의 대리점 체제 브랜드 역시도 출고 직후 가격꺾기와 같은 편법은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문제가 있지만 거품을 논할 수준의 배수율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무엇보다 정부의 ‘패션상품의 가격거품이 물가안정을 저해한다’는 의식 자체를 우려한다. 한 여성 캐릭터 브랜드 사업부장은 “아파트도 브랜드에 따라 분양가가 다르다. 단순 생산원가를 계산해 판매가를 정하는 소비재와 달리 패션 상품은 브랜드 파워가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디자인 등 부가가치 또한 가격에 반영된다. 브랜드 가치를 거품으로 치부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은 왜 들먹이는가. 싸고 예쁜 옷이 인터넷 쇼핑몰에 널렸다”라고 반문했다.
업계는 패션산업 육성 정책, 그 중 실질적 개선안은 그 포인트가 제조사가 아닌 대형유통사, 큰 기업과 작은 기업 간 ‘갑을 관계’에서 빚어지는 불공정 거래에 맞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해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했던 유통사들이 올해 슬쩍 수수료를 올린 것과 함께 고통분담금 등의 명목으로 본, 하청 기업 간 이뤄지는 불공정 거래 관행 등에 철저한 관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 해외 브랜드를 전개 중인 한 회사 임원은 “한국 패션시장의 건전한 성장과 세계화는 정부가 생산해내는 소프트웨어에 영향 받지 않을 것이다. 이미 백화점 등 거대 유통기업들과 몇몇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속에서 중소기업의 전문성이 부각되도록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작은 공방의 가내수공업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출처: 어패럴뉴스 201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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