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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타일 아트 디렉터 김영성
전세계가 열광하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 그 이름도 찬란(?)한 「샤넬」에는 지난 12년 동안 맹활약하고 있는 본사의 유일한 동양인 디자이너 김영성이 있다. 상상과는 달리 호탕한 웃음 소리와 겸손한 배려심에 마치 고향의 사촌언니를 만난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그녀다.
패션계의 살아있는 전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신임을 받는 김영성은 칼 라거펠트의 진정한 오른팔이다. 컬렉션마다 디자인이 스케치가 되기도 전, 즉 컬렉션 준비 중 가장 먼저 작업이 시작되어야 하는 소재 준비를 총괄하는 소재 아트 디렉터가 바로 한국인 김영성이다.
그녀는 패션 역사에서 소재의 혁신을 불러온 트위드(털실을 격자로 짜서 신축성 있게 만든 천)와 같은 「샤넬」의 대표 소재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재해석하는 마술(?)을 부린다. 컬렉션 때마다 쓰일 원단을 결정하는 「샤넬」의 원단 총괄 책임자로서의 그의 삶은 일에 치여 사는 고된 직장인의 모습이라기보다 자신의 일을 진정 사랑하고 재능을 십분 발휘하며 살아가는 진정한 행운아로 보였다.
트위드 등 혁신적인 소재가 브랜드 아이콘
프랑스 여성 디자이너 샤넬은 코르셋을 많이 이용하던 1910~1920년대 여성복에 대해 반발하고 영국 신사복의 소재를 여성복에 적용해 스포티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현대적 여성복 「샤넬」 수트를 만들어 여성의 몸을 해방시킨 디자이너다. 그는 지난 20세기 전반에 세계 패션의 흐름을 주도한 신화적인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여성의 몸을 꽉 조이던 코르셋과 가식적인 헤어 스타일 대신 「샤넬」 스타일이라는 신선한 룩을 여성들에게 선보인 혁신적인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어깨 끈을 사용해 여성들을 처음으로 손으로 핸드백을 드는 불편함에서 해방시켰고 저지 소재의 짧은 스커트과 승마 재킷 스웨터, 당시 남성복으로만 여긴 스포티한 수트 등을 여성복으로 해석하는 등 걷는 방식이나 움직이는 방식에 많은 구애를 받던 20세기 초반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자유를 부여했다. 브랜드 창립자 코코 샤넬의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정신을 이어받아 작업하는 샤넬 캉봉가 29번의 칼라거펠트팀 중심에는 텍스타일 디자이너 김영성이 있다.
그는 부산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미국 뉴욕으로 떠나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했다. 김영성은 “어린 때부터 그림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미술 전공과 불문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프랑스어에 대한 강한 애정과 프랑스 유학을 갈망해 불문학으로 결정했다. 그림을 그려 온 덕분에 대학 졸업 후 남편과 뉴욕으로 가서 바로 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로 돌아온 뒤 투르라는 도시에서 예술학교를 다니고 졸업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불문학도에서 텍스타일 아트디렉터까지
그는 “패션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네크워크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패션스쿨에서의 학업이 추가로 필요했다”고 말했다. 파리 아메리칸 아카데미에서 패션 공부를 마친 그는 졸업 작품전에서 그의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한 스타일링 에이전시라는 패션 컨설팅업체에 인턴으로 채용됐다. 트렌드, 정보 분석력이 요구되는 업무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과 관련이 없어 계약이 끝나고 이직했다.
곧 텍스틸 아트 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됐고, 그때 유명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의 첫만남이 이뤄졌다.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자 「칼라거펠트」에서 2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칼 라거펠트로부터 김영성의 실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고 한다. 「칼라거펠트」를 그만두고 타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로 바쁜 일상을 보내던 김영성에게 칼 라거펠트는 러브콜을 보냈고, 칼 라거펠트는 1998년 당시 샤넬 대표에게 김영성의 입사를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칼 라커펠트의 오른팔로 핵심 키 소재 개발
김영성은 “입사 초기에는 동양인이 관리직에 앉게 된 것을 시기하는 동료들도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입사일부터 바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고, 세계적인 의류 직물 전시 박람회인 프리미에비종에서 업체 대표들과 만났다. 짧은 시간에 소재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했고, 그렇게 「샤넬」에서의 근무가 시작됐다.
패션 역사의 큰 획을 그은 명품 브랜드 「샤넬」의 전통과 오늘을 이어가는 심장부 자리에 있는 김영성은 원단 구매 총괄책임자 자리에 오기까지 필요했던 것은 인내심과 강한 정신력, 교양이라고 전했다. 연수생을 뽑는 자리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역시 인간성이라고 한다.
그는 “「샤넬」에서 면접을 보는 이들의 작품은 대체적으로 우수하고 실력이 비슷하다.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보다 미비한 점이 있어도 인격적인 사람이 좋다. 남을 배려하고 인간 관계가 원만한 사람. 글로벌 패션 세계에서 버티려면 자기 수양도 필요하며 인내심이 상당히 요구된다. 패션과 디자인에 대한 지식 외에도 전반적인 교양과 일반 상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2의 김영성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충고를 잊지 않았다.
소비자 변화에 맞춰 1년 8회로 불어난 컬렉션
입사 초기인 1998년과 비교해 훨씬 풍성해지고 제안 횟수가 늘어난 것은 「샤넬」의 컬렉션 수다. 1개월에서 1개월 반 안에 컨셉과 컬렉션이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업무가 부쩍 많아졌다. 프레타포르테 2회, 오트쿠튀르 2회, 바이어쇼 2회, 세계를 다니며 열리는 크루즈 컬렉션 1회, 공방 컬렉션 1회 등 1년에 총 8회의 컬렉션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패스트패션의 역동적인 활동에 대응하는 전략인가라는 질문에 김영성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다. 부유층 소비자는 여행 횟수가 많아서 계절과 상관없이 사계절 옷이 필요하고, 칵테일 파티 참석이 많아 쇼핑을 자주 한다. 1년 2회의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으로는 이들의 수요에 맞는 공급이 불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부티크에 걸려 있는 상품의 변화가 있어야 소비자 방문 횟수도 늘어난다”고 지난 12년 동안 그가 본 명품 소비자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고 그에 대응하는 「샤넬」의 전략도 밝혔다.
시즌마다 컬렉션의 출발점은 물론 김영성 작업의 몫이다. 그는 문구점이나 거리에서 보이는 사소한 소품 등을 이용하고 이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소재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다. 30분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은 마치 유치원 선생님이 동화 스토리텔링을 하듯 본사의 디자이너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놓고 다과를 즐기며(?) 새로운 컬렉션의 영감과 컨셉을 잡는다고 한다.
대표 소재 트위드, 가볍고 아름다워 아이콘으로
컬렉션 준비 순서는 이렇다. 컬렉션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 4개월 동안 소재를 주문, 주문한 원단을 개발하고 재터치한다. 그가 준비한 ‘시즌 컨셉’과‘텍스틸 프레젠테이션’(원단 소개)을 발표한 뒤에 선정된 아티스트, 기술자들과 함께 실을 하나씩 짜면서 개발과 제작에 들어간다. 「샤넬」 컬렉션에 쓰이는 소재는 모두 수공품이고 독점 제품이어서 작업량이 엄청나다. 「샤넬」의 트위드와 저지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샤넬의 대표 소재인 트위드는 눈으로 아름다워야 할 뿐만 아니라 입었을 때 가벼워야 한다. 실과 실이 최대한 촘촘하면서 동시에 무게가 나가지 않게 소재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 또한 그의 업무다. 그는 “너무 헐거우면 실이 일어나고 촘촘하면 무거워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패션스쿨에서 배운 기술보다 컬렉션 때마다 소재를 준비하고 개발하면서 배우게 된 노하우의 힘이 크다”고 작업을 향한 자부심을 강하게 보였다.
일본 원단업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눈에 띄는 발전과 성장을 이뤄냈다. 이제 한국에도 변화가 필요할 때다. “한국 원단은 일본에 비해 여전히 창의력이 부족하고 중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그는 한국 섬유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업체들은 낙후된 원단 색상을 좀 더 아트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색상 연구와 개발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패션 ‘재정·인내·장인정신’절대 필요
그는 “지난해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공방 컬렉션에서 한국 천연 염색 원단을 처음 시도했다. 천연 염색을 수공 제작하는 과정과 그 노력이 원단에서 확연히 느껴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독점성을 최고 가치로 두는 「샤넬」은 열정이 넘치고 신임이 가는 천연 염색업체는 물론 한국의 독자적인 원단업체들과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미 고국을 떠나 프랑스 땅에 자리를 잡은 지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한국인으로 태어난 그는 한국인 후배도 많이 양성하고 싶고 한국 섬유산업 발전에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김영성은 2008년 3월 대구 국제섬유박람회장인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한국 섬유업체에 유익하고 날카로운 지적과 충고를 하기도 했다.
매 컬렉션을 구상하고 마감하면서 열정을 태우느라 일과 사생활의 조화에 다소 소홀해서 아쉬웠다는 그는 앞으로 개인적인 생활을 좀더 갖고 힘든 고비를 넘길 때마다 큰 힘이 되어 준 남편과의 시간을 더욱 가지겠다는 애뜻한(?) 계획을 말했다. 또한 외국인인 자신에게 평등한 기회를 준 「샤넬」에 근무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굳은 다짐도 보였다.
INTERVIEW with 김영성 「샤넬」 텍스타일 아트디렉터
“신속+독창성이 한국인 장점”
프랑스 명품 회사에서 유일한 한국인이다.
「샤넬」 본사 스튜디오, 즉 크리에이션팀에서 유일한 한국인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를 통해 보이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고 책임감이 느껴진다. 「샤넬」은 상당히 개방적인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으로서 차별을 받은 적은 없다. 한국 문화, 한국인의 눈으로 유럽 스타일을 트위스트해 제시하면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물론 디자이너팀 반응이 아주 좋다.
다소 급한 한국인의 국민성(?)이 과거에는 조급하다는 것으로 읽혀졌다. 이 점은 현대 패션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장점으로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신속하게 하되 독창적으로’가 중요 포인트다. 이제 컬렉션은 6개월에 세 차례 치러진다. 빠르고 다이내믹한 패션 추세에 위트있고 감각적인 한국인의 자세가 장점이 되는 시대다.
프랑스 패션계에서 일하는 장점은
파리는 전 세계 패션의 융합을 잘 보여 주는 곳이다. 그래서 좋다. 파리를 처음 찾는 이들은 패션 메카의 명성답지 않게 파리지앵의 스타일이 클래식하고 패셔너블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자주 봤다. 밀라노나 런던과 파리의 차이는 이탈리아만의 패션 스타일, 영국만의 스타일이 아니라‘패션’전반을 보여 준다는 점이다. 프랑스인들은 옷 자체로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옷을 입은 이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옷을 고른다.
그들이 아름답고 시크하게 보이는 이유는 옷을 입었을 때 본인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도록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영국 출신 디자이너들이 파리로 몰린다. 자연스러움과 패션이 생활에 흡수돼 있는 프랑스의 삶 때문이다. 전통 문화 예술 등이 바탕이 되고 전 세계에서 찾아온 패션인들이 모두 융합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고 있다.
프랑스 명품 기업 「샤넬」이 일하기 좋은 점은
크리에이션팀은 오직 창의력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밀어준다. 마케팅팀은 절대 컬렉션에 관여하지 않는다. 나는 원단 구매 예산과 구매시 그 원단의 가격을 모른다. 본격적으로 프레타 포르테를 위한 제작에 들어가면 사명감과 책임감을 스스로 느끼고 브랜드 이미지에 맞으면서 상업성에 어긋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양방으로 고려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사명감일 뿐 회사에서 주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아니다.
한국 패션, 섬유업체에 바라는 점은
힘이 부족한 한국 섬유업체들의 실상은 충분히 이해한다. 재정적 뒷받침이 없고, 디자이너들은 파워가 없고 경영인들은 수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정인 것도 안다. 내가 지난 10년 동안 함께 작업해 온 일본 섬유업체들이 성장한 이유는 인내심과 장인정신 덕분이다. 「샤넬」이 처음 만나 본격적으로 오더가 될 때까지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샘플만 납품하고 투자하며 제품 개발에 열중한 그들의 인내심과 장인정신 덕분에 그들은 이제 유럽 명품업체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신뢰감 가는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샘플 주문만 일단 하겠다고 하면 기다리지 못한다. 「샤넬」과 같은 명품 브랜드에 있어 이미지 작업은 매우 중요해 전시회 참가 때 참가 부스를 좀 더 예술적이고 미적으로 꾸미는 노력을 보여야 그 업체에 시선이 간다. 디자이너들은 작은 배려와 소재에 감동하고 관심을 보인다. 제품을 남보다 튀게 선보이는 소개 방식에 좀 더 노력을 쏟았으면 한다.
재정적 받침이 된다면 외국 대기업과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전까지 장기간에 거쳐 진행되는 소재 개발과 투자에 대해 인내하기를 바란다. 이제 한국도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 덕분에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섬유, 패션업체들이 흥미로운 콜래보레이션을 제안한다면 기꺼이 손잡을 준비가 돼 있다.
출처: 패션비즈 207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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