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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상권 장악후 핵심 상권 입성
역발상으로 성공한 중견기업 <10> 형지어패럴
시장·소도시 매장 낸 뒤 확산 전략 성공
"실패한 브랜드는 재기 못한다" 통념 깨고
논노 '샤트렌' 인수 年 1000억 매출 기록
변두리에서 중심상권으로, 실패한 브랜드 인수….
의류 전문기업 형지어패럴 최병오(55) 회장은 업계의 금기(禁忌)를 적극 활용해 성공한 인물이다. 스스로도 "동대문 옷 장수가 25년 만에 연 매출 4500억원짜리 사장이 된 비결은 '거꾸로 전략'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단히 굳은 생각의 틀을 깨뜨렸더니 성공의 길이 더 잘 보였다"고 말했다.
◆B급 상권부터 공략
최 회장은 1982년 동대문시장에 '크라운사'라는 여성 바지 전문 브랜드로 의류업에 뛰어들었다. 다른 상인과 달리 직접 로고를 만들고 상표를 부착했다. "메이커도 없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어 상표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사업에 관심을 가지던 그는 1996년 싱가포르 브랜드인 '크로커다일'을 들여와 30~50대를 겨냥한 중저가 여성복을 만들어 동대문시장에서 큰 히트를 쳤다. 그리고 1999년 봄. 최 회장은 '여성크로커다일' 1호 대리점 개설을 위해 명동과 종로 등 서울 중심 상권을 헤매고 다녔다.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대리점 개설을 추진했지만, 임대료와 유동인구 등 조건에 맞는 점포를 찾지 못했다. 한 달 가까이 발품을 판 끝에 그가 선택한 곳은 금천구 시흥사거리였다. 주변에 공장과 낡은 주택이 즐비하던 곳이었다.
형지어패럴 최병오 회장은 주택가 상권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주부 고객을 파고들었다. 최 회장이 서울 개포동‘여성크로커다일’매장에서 전시된 옷을 둘러보다 환하게 웃고 있다. /이성훈 기자
"모든 사람들이 말렸어요. 시장통에서 시작하면 싸구려 이미지만 굳어진다고. 하지만 조금만 멀리 보면 시장통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지요."
최 회장은 이른바 'B급 상권'을 우선 파고들었다. 시장 입구와 지방 소도시에 먼저 대리점을 개설했다. 이후 지방에서 수도권, 변두리에서 도심으로 매장을 확산하는 전략을 펼쳤다. 기존 패션기업들이 대도시 중심상권에 우선 진출하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당시 중저가 의류도 무조건 명동에 점포부터 내던 때였지요. 저는 시장 바로 입구에 깔끔한 매장을 내고 '값은 동대문, 품질은 백화점'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내세웠지요."
백화점의 고가 브랜드와 동대문 '싸구려'로 양분된 여성복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좀체 지갑을 열지 않던 주부 고객들이 시장바구니를 들고 찾았다. 낮은 임대료에 매출도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매장을 내겠다는 사람들도 급증했다. 현재 '여성크로커다일'은 전국 403개 점포로, 국내 패션 브랜드 중 최다 매장을 보유하게 됐다.
◆쇠락한 브랜드 인수 후 부활
형지어패럴은 2005년 2월 1980년대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논노패션'의 브랜드 '샤트렌'을 인수했다. '한번 실패한 브랜드는 재기할 수 없다'는 패션업계의 상식에 반기를 든 것이다. 곧이어 1990년대 후반 유행했던 여성복 브랜드 '끌레몽뜨'도 잇따라 사들였다. 최 회장은 "동대문시장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브랜드들이 망하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곧장 이미연과 한고은 등 톱 모델을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디자인을 강화하는 대신 대리점 중심의 영업방식으로 가격의 거품도 뺐다. 2006년 새로 선보인 '샤트렌'은 연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끌레몽뜨'도 재출시 1년여 만에 매장 수가 100개를 훌쩍 넘어섰다.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국민복'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출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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