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진원지로 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세계 의류 패션 수요와 공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역할이 일시 정지됐다. 글로벌 의류, 패션 산업의 생산과 유통, 소비 체계가 크게 흔들리는 위기에 몰리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2002-3년 사스 발생 때는 중국인들의 세계 명품 시장 수요 점유율이 8%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분의 1, 30%가 넘어 영향력이 사스 때보다 4배 이상 커졌다.
중국은 미국을 추월해 세계 제 1의 의류 시장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섬유 수출만 1,190억 달러로 글로벌 점유율 33.6%. 중국 공장들의 가동 중지로 인한 파급 영향이 연쇄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또 중국인 해외여행객은 2003년 사스 발생 때 2,000만 명이던 것이 2018년에는 1억5,000만 명으로 7배 이상 불어났지만 이들의 해외여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파급 영향을 점검해보면 우선 중국 최대 명절로 꼽히는 춘절 기간 중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은 700만 명, 쇼핑 규모는 1조100억 위안(14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중국 정부는 춘절 공휴일을 당초 1월 24-30일에서 2월 9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로 인해 원자재 조달과 생산, 선적에 차질이 생겨 해외 딜리버리 예정 기간이 2-4개월 이상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유니클로, H&M 등 중국 소싱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H&M은 다른 국가로 소싱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니클로는 아직 반응이 없다.
중국 정부는 해외여행뿐 아니라 집밖 외출도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으로 내수 시장도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이로 인해 가장 타격이 심한 외국 브랜드는 최근 중국 사업 확대에 열을 올려온 영국 버버리와 미국 진 브랜드 리바이스가 꼽힌다.
특히 리바이스는 우한에 중국 최대 플래그십 스토어를 런칭하는 등 의욕을 보이다 중국 매장 절반 이상이 문을 닫는 궁지에 몰렸다. H&M, 유니클로 등도 상당수 매장이 무기한 문을 닫았다.
중국 소비자들이 두문불출, 집밖을 나가지 않으면서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JD닷컴, 핀듀오듀오 등 온라인 리테일러들은 때 아닌 호황이다. 마스크 등 위생 용품을 중심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 갇혀있는 무료함, 불안 등을 온라인 쇼핑으로 달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딧 스위스는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 의존율을 토대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미국 13개 브랜드를 가려냈다.
나이키가 17%로 가장 높고 코치, 케이트 스페이드의 태피스트리 그룹 15%, PVH(캘빈 클라인, 타미 힐피거) 7%, VF 코퍼레이션(반스, 팀버랜드, 노스페이스) 6%, 캐나다 구스는 한자리수 중반, 카프리 홀딩스(베르사체, 지미 추, 마이클 코어스) 4%, 갭( 올드 네이비, 바나나 리퍼블릭, 애슬레타) 3%, 룰루레몬 3%, 언더 아머 2% 등이다.
유럽 명품 브랜드들의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소식이 전해지며 LVMH, 케어링 그룹 등의 주식 가격이 각각 5-6% 떨어지는 반응을 보였다.
오는 2분기 중국 명품 판매가 20% 감소하면 이익금이 LVMH, 에르메스가 각각 3%, 버버리 7%, 리치몬트 그룹이 8%가 줄어든다는 것이 UBS 분석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올해 중국 GDP(국내 총생산)는 당초 6% 성장 전망에서 5.5%까지 떨어지고 리테일 성장율은 8%에서 4%로 반감, 기관에 따라서는 3%까지 폭락을 점치고 있다.
유럽 명품 브랜드 가운데서는 신종 바이러스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이는 LVMH가 지난해 결산 실적을 발표하면서 ‘조심스럽지만 낙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데 따른 것이다. LVMH 재무담당 총책임자인 장 자크 기우니는 사태가 2개월 내에 수습된다면 상황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며 늦어도 3월말까지는 수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휴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고 중국 정부가 올해 GDP 6% 달성을 위해 새로운 경기 진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들은 WHO(세계보건기구)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1만 명, 사망자가 300명을 넘기 이전의 상황이다.
17년 전 사스가 수습되는데 6개월 이상 걸렸고 환자 수 8,000명, 사망자 774명이었던 숫자와 비교하면 아직 낙관은 일러 보인다. 더 큰 파장이 우려된다. 중국 정부가 춘절 연휴 마감을 2월 9일에서 또 연장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출처 : 어패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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