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샵→법정관리신청, EXR→중단 등
한국 패션산업 지각변동 시작됐다
한국 패션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명품부터 SPA에 이르기까지 해외 브랜드의 한국 패션시장 지배력이 커진 가운데 유일한 대항마였던 아웃도어 시장은 트렌드가 급랭하면서 국내 패션기업들이 대체 성장모델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유통환경 역시도 백화점과 대리점 시대가 막을 내리고 빛의 속도로 쇼핑몰 온라인 모바일 채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류 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 붙은 상황이다. 세월호사건과 메르스 사태가 2년 연속 패션시장을 강타한데 이어 올해의 절반을 보낸 현재도 소비심리가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무려 다섯 시즌째 극심한 매출부진의 늪에 빠지자 제도권의 패션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기존 방식에 속속 백기를 들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여성복 「르샵」을 전개하는 현우인터내셔널(대표 이종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과 리앤한(대표 한창훈)이 전개하는 스포츠캐주얼 「EXR」의 브랜드 중단 결정이다.
여성복 「르샵」마저도 기업회생절차 신청해
「르샵」은 지난 2011년 1100억원 매출을 자랑하는 여성복 대표주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이때를 정점으로 하향세를 보이다가 작년에는 651억원으로 마감해 그야말로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올해들어서도 매출이 전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6월 14일자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SPA의 맹공과 온라인 및 동대문 브랜드의 역습에 백화점 유통 채널 중심으로 성장해온 여성복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시선인터내셔날(대표 신완철)이 전개하는 여성복 「르윗」과 롯데백화점 GF사업본본부도 여성복 「타스타스」의 브랜드 사업을 올초에 중단하고 백화점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캐주얼 시장도 혼란 그 자체다. ‘캐포츠’시장의 개척자로서 이름을 날렸던 「EXR」은 5년 전만 해도 1500억원 매출을 올리는 한국 패션시장의 대표주자로 손꼽혔지만 끝내 브랜드 중단 사태를 맡게 됐다. 작년 실적이 전성기 대비 반토막으로 줄고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단행했음에도 좀체 매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오너인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이 극약처방을 내린 셈이다.
「펠틱스」 이어 「투스카로라」도 법정관리행
이들 브랜드들의 충격적인 소식에 앞서 지난 3월에는 힙합캐주얼 「펠틱스」를 보유한 드림호투(대표 배상인)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채무과다를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 회사가 보유한 채무액은 전체 자산규모 126억원보다 많은 138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론칭 초반 상승세를 달렸으나 지난해부터 경영위기를 겪기 시작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반등을 꾀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이 전개하는 중저가 볼륨캐주얼 「유니온베이」도 이번 S/S시즌을 마지막으로 브랜드 사업을 종료한다. 이 회사는 토종 SPA 「탑텐」에 집중하기 위해 「유니온베이」의 중단을 결정했다. 「유니온베이」의 퇴장으로 이제 가두상권 중심의 유통전략을 펼치는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는 패션시장에서 완전 사라졌다.
지난 4월에는 아웃도어 「투스카로라」를 전개하던 세이프무역(대표 안태국)이 자금압박의 파고를 못 넘기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중가 아웃도어의 대표주자로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던 「투스카로라」마저도 속절 없이 무너진 셈이다.
「오프로드(OFF ROAD)」를 전개하던 팰주식회사는 이번 S/S시즌을 끝으로 브랜드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지난 2012년 론칭해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들었으나 이미 하향세에 접어든 아웃도어 시장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 것. 이 회사는 「오프로드」의 생산자금과 마케팅 비용에 그동안 400억 원 가까이를 쏟아 부었으나 결국 브랜딩에 실패하고 패션시장 무대 위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아웃도어 「오프로드」 「노스케이프」 영업 중단
패션그룹형지(대표 최병오)에서 전개하는 아웃도어 「노스케이프」도 설왕설래 말이 많았으나 결국 브랜드 사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연속된 아웃도어 브랜드 중단 사태를 보면서 지난 7~8년 동안 급팽창을 거듭했던 아웃도어 시장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과연 한국 패션산업의 혼란은 언제쯤 정리되는 것일까? 기존 방식으로 브랜드 팽창을 거듭해 왔던 패션기업들의 공급과잉이 현상이 수그러질때까지, 백화점과 아울렛과 같은 유통의 과잉출점 경쟁이 사그라질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신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신시장 개척에 주도권과 차별성을 갖느냐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여진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가 왔을 때 낚아 챌 수가 있다. 누가 난세에 영웅이 될 것인가?
출처 : 패션비즈 2016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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