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앤에프(대표 김창수)가 이달 22일 베네통코리아의 지분을 베네통재팬측에 넘기고 손을 떼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의 이목이 한 순간 크게 쏠렸다.
베네통코리아는 베네통재팬과 50:50(김창수 사장 10%, 에프앤에프 40%) 합작으로 91년 설립됐다.
여성 영캐주얼 ‘베네통’과 ‘시슬리’, 아동복 ‘베네통키즈’는 해당 시장에서 결코 작지 않은 존재감을 지켜왔다. 2015년 기준 이들 브랜드의 외형은 ‘베네통’이 105개점 800억 원, ‘시슬리’ 111개점 750억 원, ‘베네통키즈’ 94개점 460억 원 등 총 2,010억원에 달한다. 성장세가 줄긴 했지만 각 브랜드가 리딩 대열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프앤에프는 최근 라이선스 계약 기간이 2년 6개월 남아 있는 골프웨어 ‘레노마스포츠’의 전개권도 한성에프아이측에 넘겼다. ‘레노마스포츠’는 매장 수 90여 개, 작년 매출이 400억 원이다.
이 회사가 이러한 용단을 내린 데에는 김창수 대표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베네통코리아는 재팬 측에 연매출 5%에 이르는 수수료 등을 매년 지급해 왔다. 중견 패션전문기업의 평균 이익률에 버금가는 요율이다.
에프앤에프로서는 ‘곰은 재주가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상황’을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프앤에프가 손을 뗀다 해도 베네통재팬 측이 직진출을 통해 기존 사업을 지속하고, 인력도 승계하기로 하면서 부담감을 덜었다는 게 내부의 시각이다.
하지만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패션 전문 기업 혹은 그 오너가 꽤 자리 잡은 대형 사업체를 단번에 정리했다는 대목에 있다. 이전까지 여러 사정에 따른 매각의 사례는 보아왔지만 이런 식의 ‘선택’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복 업계는 이번 에프앤에프의 결정을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데코, 네티션닷컴, 한섬, 톰보이 등 여성복 유력 기업의 주인이 줄줄이 바뀐 이후 전문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 탓이다.
업계는 대기업 삼성이 실용주의와 조직슬림화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정밀화학, 삼성SDS케미칼,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을 매각한 행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고 있다.
에프앤에프가 운영하고 있는 아웃도어 ‘디스커버리’와 코스메틱 ‘바닐라코’, 캐주얼 ‘MLB’, ‘MLB키즈’ 등은 현재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철저히 ‘잘하는 것(핵심사업)’과 ‘잘 될 것(미래 먹거리)’에 중점을 둔 사업 포트폴리오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에프앤에프의 향후 행보다.
이번에 보여 준 ‘선택과 집중’ 전략 이후 추가로 자원을 집중할 사업 군에 대한 궁금증이 벌써부터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울 때보다 회사가 잘될 때 미래를 염두에 둔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재의 한계 상황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패션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어패럴뉴스, 2016년 03월 25일 [02시 0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