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즌에 들어선 여성복 업체들의 초반 실적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는 7월 여름 정기세일 이후 가을 간절기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8월 중순이 지나면서 일부 재킷과 코트류 등 가을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지만, 진도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한 달 간 비 내리는 날이 지속된 데다 8월 폭염이 이어지는 등 날씨 영향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간절기 상품의 적중률에 따라 가을 매출이 좌우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더위가 길고 가을이 짧아지면서 예전의 간절기 상품이 사실상 가을 시즌을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다른 유통에 비해 계절감의 속도가 빠른 것으로 여겨지는 백화점을 주력으로 하는 여성복 브랜드들도 올 들어서는 선구매 경향이 크게 줄었다고 보고 있다. 옷을 미리 구매해 계절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줄었고, 가을 시즌의 고급 아우터를 구매하려는 경향도 크게 줄었다는 것.
이 같은 경향은 여성 영캐주얼과 캐릭터 등 백화점 유통가와 가두 어덜트, 정장 등 존에 상관없이 공통적이다. 일부 업체는 가을 시즌을 대체한 간절기 아이템을 비트윈(between) 아이템이라고 명명했다. 여름도 가을도 아니면서 여름에도 가을에도, 길게는 초겨울까지도 착장이 가능한 사실상의 시즌리스(seasonless) 아이템이 연간 상품기획에서 적지 않은 비중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경일 ‘여성크로커다일’ 기획 이사는 “컬러는 가을 느낌이면서 소재는 여름 소재를 사용하거나, 긴 기장이지만 시원한 소재를 사용해 늦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입을 수 있거나, 여러 가지를 겹쳐 입을 때 필요한 단품 등의 비트윈 아이템은 더 이상 구색이 아니라 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미도컴퍼니의 여성 편집숍 ‘반에이크’는 7월 말부터 간절기 아이템을 집중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을 포함한 가을 품번의 소진율이 8월 중순 현재 48%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이은경 기획 감사는 “카디건이나 재킷 등과 코디해 가을까지 착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민소매 원피스를 여름보다 더 많이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고, 여름 소재를 사용한 카디건과 티셔츠 등과 겹쳐 입을 수 있는 시원한 린넨 소재의 베스트 등도 출시 직후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사는 이어 “8월에 들어서면 심리적으로 곧 다가올 가을까지 길게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이 실속 있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심리적인 계절감과 실제 날씨를 반영한 소재감을 적절히 반영한 제품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화점 주력의 캐릭터 브랜드들은 예년 이맘때면 재킷 판매에 주력했지만 올해는 재킷을 대체할 블라우스와 셔츠가 주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대현의 ‘모조에스핀’과 한섬의 ‘타임’ 등 대표적인 캐릭터 리딩 브랜드들 역시 블라우스와 셔츠가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소비 성향의 변화에 대응해 간절기성 단품 기획을 강화한 브랜드들이 늘어나면서 그러한 경향이 더 강화되고 있는 것. ‘모조에스핀’ 김태연 상품기획 이사는 “재킷의 객단가가 높기 때문에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블라우스와 스커트 등의 판매 비중이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출처: 어패럴뉴스 2013.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