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 업계에 산학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산학 협력은 주로 소재 업체 위주로 자금 사정이 열악한 학교와 연계해 신기술을 개발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아동복부터 아웃도어, 핸드백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협업에 가세하고 있다. 기술 및 제품 개발부터 디자이너 육성, 기획 및 마케팅 업무까지 협업 업무 영역 자체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 3월부터 홍익대학교 디자인 대학원과 유아용품 부문에 대한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개발해 발표한 유아용품을 기초로 상용화에 적합성을 검토한 후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는 것이다. 이 회사 이동율 용품 부문장은 “해외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창조적이고 다양한 시각, 기발한 디자인 발굴을 위해 산학 협력을 단행했으며, 지속적으로 이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산학 협력으로 실제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좋은사람들은 충남대학교 의류학과와 협업해 ‘지엑스 핏’을 지난 6월 선보였는데, 이 제품은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한 3D 입체 패턴의 스포츠 전문 속옷이다. 이 회사는 남성 스포츠 언더웨어를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반응이 좋아 조만간 여성 라인까지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좋은사람들과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은 현재 휴비스, 정우텍스타일, 한국자카드섬유연구소 등과 함께 오는 2015년까지 ‘수분전이 특성이 우수한 기능 융합형 쿨웨어 제품 개발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만 25억2천8백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세정의 아웃도어 ‘센터폴’ 역시 충남대학교 의류학과 CIAT(섬유기술혁신센터)와 ‘인체공학 연구를 통한 최적화된 의복 기술 개발’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하반기에 리런칭하는 트레킹 제품에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기술 개발 영역에서 확대돼 학생들이 실제 업무에 깊숙이 투입되기도 한다. 계명대학교 여은아 교수는 “최근 업체들이 협업을 요청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에스티코’를 전개하는 에스티오, 기능성 직물업체인 실크로드 등 브랜드부터 소재 업체까지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BI 개발, 쇼룸 디자인, 시장조사, 해외 전시기획 등을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산학 협력은 우수 인재 수급과 상품 출시에도 직접 반영되고 있다. 엠티콜렉션의 ‘메트로시티’는 특성화 고등학생을 디자이너로 공개 채용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동덕여자대학교와 졸업작품전에 콜라보레이션을 해 패션쇼에 선보인 일부 작품은 자사 브랜드 패션쇼에도 소개하고 매장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패션 업계에 산학 협력이 확대된 데는 학교와 업체 간 상호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패션 업체들은 산학 협력을 통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면서 홍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고, 학교는 정부 지원 기술개발 사업권을 따내거나 취업문 확대, 추가적인 공동개발 프로젝트 수주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패션 업체가 신규 인력 채용이 더딘 만큼 창의적인 아이디어 부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최근 상당수 패션 업체는 인력 부족을 겪으면서 학생들의 도움이 더 필요해지면서 실제 업무에 많은 부분을 학생들에게 내어 주고 있다.
특히 많은 시간을 요하는 시장조사, 자사 점포 고객 경향 조사, 마케팅 담당자가 없는 경우 원부자재 업체들은 마케팅 관련 전략 개발까지 의뢰, 백화점에서는 프로모션 이벤트 기획까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요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해외 의류 업체의 경우 동대문 시장 조사까지 학교에 의뢰하기도 한다.
충남대 백두현 교수는 “개발 단계부터 산학 협력이 이루어질 경우 제품 테스트 단계를 거칠 수 있고, 소비자 니즈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제품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시장 적응력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엠티콜렉션 유인경 팀장은 “디자이너 육성의 경우 학생들에게 브랜드 홍보 효과는 물론 신선한 디자인을 수혈할 수 있는데다 디자이너 선발을 위한 차별화된 이벤트도 기획할 수 있기 때문에 산학 협력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출처: 어패럴뉴스 2013.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