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뚱보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지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인들의 체형이 점점 뚱뚱해지자 이들에게 맞는 다양한 옷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는 의류업체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비만 정도를 측정하는 신체질량지수(BMI)가 지난 1960년 25에서 2002년 28로 높아졌다. 지난 40여년 간 미국인들의 평균 체형은 키가 1인치 밖에 커지지 않았으나 몸무게는 11㎏가량 늘었다.
◇ 빅 사이즈 옷 시장 한해 20조원 넘어
타임스는 몸집이 큰 고객들이 좋아하는 옷을 만드는 업체는 충직한 단골 고객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비만율 증가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기 때문에 잠재적 시장 규모는 엄청나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NPD 그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용 빅 사이즈 의류시장 규모는 172억달러(약 18조600억원)로 전체 여성 의류시장의 18%에 이르렀다. 남성용 빅 사이즈 의류 매출 역시 지난해 48억달러에 달해 전체 빅 사이즈 의류시장 규모는 220억달러(약 23조1000억원)로 조사됐다. NPD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마셜 코언은 "지난 3년간 일반 의류시장은 하향세였지만 빅 사이즈 의류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했다"며 "올해 일반 의류시장이 1% 성장세를 보일 전망인데 비해 빅 사이즈 의류시장은 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살이 찌면 체형도 바뀐다
덩치가 큰 고객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점은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옷이 딱 맞지 않는 다는 점이다. 같은 디자인에 치수가 큰 옷이 많지 않은데다 치수가 맞는 옷을 어렵게 골라도 목이 너무 헐렁하거나 소매는 길고 어깨도 맞지 않는 등 몸에 딱 맞는 옷은 찾기 힘들다.
의류기술업체인 인텔리피트 코퍼레이션의 에드 그리빈 사장은 "의류업체들이 살이 찌면 기본 체형과 같은 비율로 몸집이 커질 것으로 생각하고 옷을 만들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살이 쪄도 골격은 변하지 않는다"며 "비교적 예측 가능한 곳에 살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경우 기본 체형은 허리가 잘록한 모래시계형이지만 살이 찌면 사각형, 원형, 삼각형, 역삼각형, 하체비만인 '서양 배'형 등 다양한 형태로 체형이 변한다. 따라서 이에 맞춰 같은 치수라도 더 세분화한 여러가지 옷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 적절한 시장전략은
의류산업 컨설팅 업체인 마켓싱크의 주디스 러셀 사장은 크게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폴로 랠프 로런과 같은 유명 브랜드를 확보하라고 러셀 사장은 충고했다. 몸집이 커진다고 아무 옷이나 되는 대로 걸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고급 브랜드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폴로는 현재 빅 사이즈 시장에 진출해 있다.
빅 사이즈에 특화하는 것 역시 적절한 전략으로 제시됐다. 미국의 빅 사이즈 여성 브랜드인 레인 브라이언트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뚱뚱한 모델들을 기용해 화려한 패션쇼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하나는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공략하라는 것이다. 빅 사이즈 옷을 파는 매장이라고 떠들썩하게 광고하지 않고 조용히 시장을 파고들고 옷에 표시된 치수보다 넉넉하게 만들어 고객들이 흐뭇한 마음으로 옷을 사게 만들라는 지적이다.
파이낸셜뉴스
